안녕하세요 히얼이즈입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이번 달에 가볼만한 전시정보입니다. 2월 27일까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진행중인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기>전시인데요, 박아람, 정명우, 정지현, 정희민 네 명의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디지털 시대에 실질적인 감각적 경험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고민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제작을 시작하기 전 스케치업, 3d 스캐닝 등 디지털로써 미리 시뮬레이션 한 후 작품을 현실에 구현해냈습니다. 가상과 실재가 뒤얽힌 환경으로 만들고, 실제로 접촉할 수 있는 실재성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기
처음 이 전시 제목을 접했을 때는 엥 뭐야 저게!? 싶었는데 전시를 다 보고 나와서 이 제목을 다시 보니 너무 잘 와닿고 딱 맞는 좋은 제목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술이론가 최종철의 연구 논문에서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가 폭탄의 낙하(=디지털 미디어의 출현)가 인간의 감각을 해치는 것을 비판하는 한편으로는 기대를 담았다고 보았고, 그런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비판과 기대를 참조한 제목인 것입니다. 사실상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에 어떠한 신기술, 신개념과 같은 새로운 것이 등장했을 때와 같이 어떠한 상황에서건 통용될 수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저 반발심만 갖는 사람들, 기득권을 놓기 싫은 이기적인 마인드, 백래시,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당장의 불편함 혹은 낯설음 때문에 비판하는 것 등. 우리는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할 필요가 있잖아요.
1층에서부터, 계단, 그리고 2층까지 이어지는 박아람 작가님의 작품들은 모두 금색이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1층에서는 금색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금색 식기에 담긴 사탕을 꺼내먹으며, 2층에는 금색 침대와 침구, 금색 택배상자로 연결됩니다. 정명우 작가님의 작품도 마찬가지로 1, 2층 모두에서 관람할 수 있었고 전 이렇게 한 섹션에만 국한되지 않은 포진되어있는 전시 스타일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금색의 사물들로 이루어진 이 방에는 안내 방송처럼 들리는 사운드가 재생됩니다. 주문이 곧 도착한다는 안내는 곧 2층의 택배상자 작품과도 연결됩니다. 코로나19의 시대적 상황에 걸맞게 이런 손을 씻을 수 있는 작품을 구상했단 사실도, 그리고 그것을 맨 첫 방에 구성한 것까지 참 재밌었습니다. 다른 관객분들도 기다렸다 연이어 손을 씻었는데 이는 마치 이 미술관의 화장실이 꼭 이렇게 생긴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남서울미술관의 건축이 정말 예뻤습니다. 문화역서울284와 매우 비슷한 양식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층고가 높아서 시원시원하고 조명도 딱 잘어울리고 창틀도 옛날 것이라 어딘가 근본있어보이는 건축물의 느낌입니다.
정명우 작가님의 <.bvh3(슬링샷)> 비디오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3d 영상작품에 관심이 많아 이런 류의 작업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22분 분량의 영상을 매우 집중해서 관람했습니다. 후반부에 연결되는 3d 목업이 바로 이 전시실이란 사실을 깨달았을 때 소름이 돋더라고요. 2층에 나올 전시를 미리 알려주는 방식도 굉장히 효과적으로 관객을 유도하는 방식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혐오라는 단어를 보면 무조건 여성혐오를 떠올립니다. 그래서 만약 제가 '혐오'에 대한 작업을 한다면 꼭 여성혐오 문제를 꼬집는 작업을 할 것 같습니다. 혐오라는 단어가 misogyny, 즉 여성혐오를 중축으로 특히 최근에 담론이 형성되게 됐는데 여성혐오를 빼놓고 혐오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은 진짜 핵심을 빼놓고 주변부의 peripheral 것을 이야기하는 것, 본질을 벗어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나 인셀이 판치는 남초의 인터넷 문화 상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것이 여성혐오이고, 이를 무시하고 인종차별과 같은 이야기만 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입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70807400002880
작고 행복한 개구리 페페는 어떻게 혐오의 상징이 되었나
나의 스마트폰 사진첩에는 인터넷에서 저장한 수많은 이미지만 따로 모아두는 폴더가 있다. 트위터에서 저장한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의 장면 캡처, 인터넷 게시판이나 사회관계망서비
www.hankookilbo.com
윤이나 칼럼니스트의 글입니다. 페페와 관련해 미국의 극우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언급한 거의 유일한 글이기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첨부합니다. 여성혐오를 언급하지 않으면 여성혐오주의자들이 모인 이런 인셀들의 장(우리 나라의 일베와 같은)을 꼭 암암리에 별 문제 없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주게 됩니다.
이밖에 정지현 작가님의 조각, 설치 작품들과 정희민 작가님의 조지아 오키프에 영감받은 텍스쳐가 살아있는 캔버스작품들을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관람하실 수 있는 다락방 투어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정지현 작가님의 비디오, 설치 작품을 볼 수 있는 투어로 구글폼으로 예약가능합니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걱정을 멈추고 이를 사랑하라. 이상으로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기>전시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시정보
주소 : 08806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
관람시간
화-금 : 오전 10시 ~ 오후 8시
토-일, 공휴일 : 오전 10시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무료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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